월간 사람책 #3
오래된 폭포와 하우스 열기
김연덕(시인)
“첫 시집 출간 직후 건전지를 넣어 작동하는 플라스틱 초를 선물받았어요. 하나는 건전지를 다 써서 불이 들어오지 않고 나머지 하나에만 불이 들어와요. 작동하지 않는 초에 새 건전지를 넣지 않은 건 물론 귀찮아서도 있지만, 그냥 그대로의 수명이 다한 기계 초를 보는 게 좋아요. 이미 한 시기는 지나가버렸고, 건전지를 넣는다면 그 순간을 다시 체험해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체험의 순간은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녹아버리면 영영 되살릴 수 없는 양초가 더 맞닿기는 하지만, 다시 잠깐 살아났다고 착각되는 플라스틱의 순간이 저에게는 삶과 더 가까운 것으로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