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시안 블러
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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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시안 블러는 랑과 미드나잇 키튼(이하 키튼)의 이야기를 엮은 현대 판타지+시 연재물이다. 보통 포토샵이나 영상 편집에서 쓰이는 가우시안 블러는 흐릿한 효과를 만들기 위해 이미지에 수학 함수를 적용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적용 대상은 키튼의 기억이다. 랑은 키튼의 흐릿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블러의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입장인 우리는 알아볼 수 있다. 저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예감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예감에 관한 이야기다. 예감은 확신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흐릿한 장면은 원본의 상실을 의미하며, 해석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더 높인 결과물이 된다. 한 사람의 기억을 없앰으로써 둘의 이야기를 슬쩍 점지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더 클로즈업하면 형태가 아닌 픽셀. 정사각형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 이야기는 사실 정사각형 픽셀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것을 확대본으로 보실까요.” 물었을 때 사람들은 각자 무엇을 바라볼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