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노트
이 시 두 편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말씀드리려다 보니 문득 잉카의 얼어붙은 산꼭대기에서 발견된 소년, 소녀 미라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은 세밀하게 조각된 장난감을 가지고 배부르게 먹고 똥도 싸지 않은 채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코카인 한 주먹을 입안 가득 물고 있었습니다. 그걸 씹다 잠든 것 같았습니다. 저와 그들의 죽음 사이엔 공통분모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오늘날 코카인 한 줌보다 훨씬 더 강한 마약성 진통제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를 포기한 사람들은 그 약을 매일 입에 털어 넣거나 주사기로 몸에 밀어 넣습니다. 또 최근에도 산꼭대기에서 얼어 죽은 등산가들은 한동안 그 자리에 방치되거나 영면에 들어 표지판 역할을 한답니다. 간혹 도시의 사람들도 길거리에서 죽습니다.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굳이 말씀드리자면, 제가 시 쓰기를 통해 원하는 건 강력한 항우울제, 마약성 진통제일까요? 청년지원단체의 설문조사는 제게 삶의 목표, 불면증 여부, 우울감에 대해 묻습니다. 난 모든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TV에서는 코카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야기합니다. 코카인은 각성제로 사람을 휴식하게 하기보다는 날뛰게 하고 수면장애, 인성장애 등 정신적인 장애를 입힙니다. 그렇군요! 사실 제가 아는 것이란 별로 없습니다. 겨울 산에서 잠드는 일이란, 추위도 고통도 없는 마지막이란 얼마나 고요할까, 그런 상상을 할 뿐입니다. 머리 위로 눈바람이 불고, 들리지 않는 귀로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를 한 주먹 문 입에서 침은 흘러내리고. 아무도 돌아온 적 없다는 영원한 휴식. 의사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람들은 믿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평온하게 죽기를 원합니다. 가족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면 더 이상의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가족보다 더 그리운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지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써보려고 했습니다. 가족보다 더 달콤한 그리운 잠이 오는데 그렇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