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말 풍경 / 지도에 없는 길

최주연

   다른 주말 풍경



   알람 소리는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로 해두었고

   사람들 어깨 사이에  
   끼어서 가는 아침부터

   사람들의 풀린 신발 끈 
   발견하는 일에만 몰두한 채 

   되돌아오는 저녁까지 
   이어폰은 빼지 않을 테지만

   첫눈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은
   음표처럼 보이지 
   보이기 전에 들리지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관객들 속에서도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법한
   경쾌한 리듬의 발걸음처럼

   껑충 걷는 그 사람을 
   따라가보았어

   가는 동안 박자를 세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비슷하게 흉내도 내봤고

   우리 언젠가 또 한 번 마주친다면
   그때는 음악 소리가 나는 거 아닐까 

   오늘 아침에는 
   매일 똑같이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조금 더 누워 있어보았어

   반듯하게 접혀 있는 
   키친 클로스 위에 놓여 있는 커피포트에서 
   끓어오르는 물소리를
   가만가만 

   상상해보게 되었어

   나눠 마실 커피잔과 기댈 수 있는 
   작은 소파 그런 것까지도 

   행동 이후에 오는 마음이 있지

   사랑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밝아지는 주변도 있지
 


다른 주말 풍경

최주연
2023
시, 34행에 349자. 알람 소리, 끓어오르는 물소리.

   지도에 없는 길 



   언니 거기에 있구나

   오랫동안 껴안고 잔 인형에서 터져 나오는 솜처럼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밀어 넣고선


   혼자서만

   벽 두드리는 소리가
   미처 끄지 못한 책상 조명의 불빛처럼
   가느다랗고 분명하게 들려왔지만
                                                  
   계속해서 모른 척했어
   우리가 서로의 등 뒤에 있다는 것을
   나는 티 낼 수가 없어서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를 몸에 두르고 걷는 것처럼
   반짝하는 언니야 여기서는

   똑똑 똑똑똑 그런 거 들켜서는 안 돼

   그럼 빼앗기게 되니까 끝에서부터
   다른 끝까지 멀어지게 될 테니까

   언니가 똑똑, 두드리고 언니를 따라서 내가 또 한 번
   똑똑, 두드리고 우리가 반짝, 하면

   두려울 만큼 잘 보이겠지
   지금은 캄캄하고 깊은 밤이고

   언니는 언제나 나의 언니가 되어주겠지

   그런데 그건 내가 언니를
   언니라고 불러서인 것만 같아서

   철 지난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부옇게 덮여가고 있어 둘둘 싸여가고만 있어

지도에 없는 길

최주연
2023
시, 28행에 350자. 벽을 두드리는 소리, 똑똑똑똑 똑 똑.

   시작 노트



   소리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사람 생각이 났습니다. 왜 사람 생각이 나는지도 모르는 채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에 대해 한동안 생각했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따라서 조금 더 가보았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종종 주변까지 밝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사실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 하면 불타는 부엌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상상해봐도 당장이라도 문을 걸어 잠가야 할 것처럼 초조해지고요. 이런 제가 불타고 있는 부엌 대신 작은 커피포트를 떠올리고, 어둠 속에서도 함께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는 건 전부 다 사람들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을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저에게도 정말 음악 소리가 날까요?

프로필_최주연2_대지_1.png
최주연

2022년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e-mail : juyeon011011@daum.net